남덕유에서 덕유까지 가을 꽃 향기에 취해서 걸었던 날
지난 여름 덕유능선을 걸을 때 . 문득 가을 들꽃 활짝 핀 덕유산의 모습이 어떨지 그 궁금했다.
이번에는 산행 후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산행한 날 :2015년 9월 19일(토)
신행코스 : 영각사주차장 --> 남덕유산 --> 덕유산 --> 곤돌라탑승장
아직 어둠에 뒤덮힌 덕유산
전날 서울 남부 터미널에서 거창행 밤11시 버스를 탔다.
내심 나와 같이 산을 탈거라는 사람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승객의 대부분은 등산복 입은 서너명을 빼고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안의면에 내리는 등산복 입은 사람은 달랑 내혼자ㅠㅠ
새벽 남덕유산 아래 서상면쪽의 모습
혼자 택시로 영각사 주차장을 지나서 등산로 입구에 내리고 나니 사방은 완전 칠흑같은 어두움이다.
조금은 긴장해서 걷는데 헤드렌턴과 마주치는 의문의 파란 불 2개가 보였다.
순간 머리털이 쭈뼛해진다. 잔뜩 긴장을 하고 그곳을 비쳐보니 고라니 두마리가 숨어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벌써부터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
영각사 골짜기를 올라가는 칠흑같이 캄캄한 밤 거친 숨소리조차도 맘놓고 내뱉지 못할 만큼 긴장감이 돌았다.
드디어 능선과 마주하는 곳으로 오르니 하늘에 별이 보인다 별이 쏱아지고 있었다 . 그제서야 긴장감이 풀렸다.
그런 긴장감 속에서 공포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가파르게 올라온 남덕유산은 하늘의 별이 아주 선명한 그야말로
구름한 점 없은 아주 쾌청한 새벽이 열리고 있었다.
찬바람 쌩쌩 부는 남덕유산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정말 별이 총총 아름다웠다. "오늘 일출 완전대박일거야"
남덕유산의 일출을 기대하며 바람 잔잔한 한쪽 구석에서 때 이른 아침을 준비한다.
라면에 오뎅 그리고 부추까지..
라면이 다 익어갈 쯤 갑자기 나타난 불빛에 으스러지게 놀랐다. 나도 놀라고 그 불빛의 주인도 놀라고
육십령에서 출발한 젊은 등산객 한사람을 만났다. 허기진 시간 그분과 같이 라면을 나누었다.
아침을 마치고나니 남덕유 정상은 밝아오고 서둘러 무겁게 지고 올라온 삼각대를 거치하고 동쪽을 바라보는데..
이런 ! 조금전 까지만 해도 별이 반짝이던 하늘은 순식간에 운무가 삼켜버렸다.
안개가 계속 걷히기를 기다리지만 무심한 남덕유는 산아래 모든 것을 감춰버리고
겨우 아주 잠깐 스쳐가는 안개사이로 찰나적으로 보인 붉은 하늘 .. 자동 초점이 안맞는 가운데 찍은 사진 한장
이게 전부다 ㅠㅠ
정상에서 한 시간 반을 기다기고 기다리다가 향적봉까지 머나먼 길을 걷기 위해 남덕유를 떠난다.
날이 밝았지만 정상부는 짙은 운무로 휩싸여가고 괜한 시간 허비했다는 약간의 후회도 생겼다.
배낭에 집어넣은 무거운 삼각대가 슬슬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남덕유에서 월성재까지는 거친 내리막길이다.
안개는 더 심해지면서 아침 하늘빛은 완전 잿빛 하늘로 변했다.
이곳 월성재에서 삿갓골 대피소까지는 힘든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구절초
흰진범
까실쑥부쟁이
어깨 뒤로 둘러맨 카메라는 풀섶 이슬에 부딪치고 렌즈에 묻고 그래서 사진이 자꾸 뿌옇게 나온다.
삿갓봉을 향하는 숲 길에 아침 빛이 안개를 뚫고 들어오고 있다.
풀섶에 젖은 이슬에 바지가 축축해 지기 시작한다, 그냥 숲을 비추는 아침햇살을 위안 삼아 걸어야 했다.
아침이슬 머금고 거미줄에 둘러쌓인 들꽃- 기름나물 씨방이다다.
뒤돌아본 아침 남덕유산 모습
새벽 안개가 원망스러웠지만 남덕유 정상은 이제 서서히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슬 머금은 구철초에 햇살이 내리는 조용한 남덕유의 아침
구절초
예전에는 그냥 구절초나 쑥부쟁이나 모두 들국화로 알았었는데.. 아니 그냥 관심이 없으니 보이지도 않았었다.
햇빛 비추는 월성계곡의 아침풍경
쑥부쟁이
쑥부쟁이 핀 남덕유산 자락의 풍경
어느덧 남덕유산과 서봉은 저만지 멀어지고 있다. 묵직한 삼각대의 배낭 무게에 어깨가 점점 짓눌려지며
발걸음의 속도는 현저히 늦어지고 허벅지에 통증이 주기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너무 많은데.....
아직도 대피소는 멀었는데 서울의 모산악회와 또 다른 산악회원들의 날렵한 걸음은 나를 점점 지치고 쳐지게 하고 있다.
이웃님 블로그에서 눈에 익은 산악회이기에 그분 오셨나고 물어보았다.
지난번 독도 울릉도 가고 못 오셨다고 아마 오셨다면 참 반가웠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바위떡풀
덕유산 자락에서 만난 산오이풀은 점점 시들어져 가고 있다. 그래서 이 꽃은 몇 장 더 찍지 않음.
미역취
참취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쑥부쟁이
구절초 그녀도 이슬만 먹고 사는가 보다.
쑥부쟁이
아침 이슬에 영롱하게 빛나는 들꽃
이제 덕유산 숲속은 가을 색상이 점점 진해지고 있다.
벌써 가을!
아! 어디로 떠나고 싶고 누군가가 그리워져서 가슴이 아파지는 가을이 왔는가 보다.
덕유산의 단풍을 보니 .... 아! 또 다시 시작되는 가을병
촛대승마
삿갓봉에 도착하다.
때마침 이 곳에는 한무리의 산악회 사람들과 어젯밤 삿갓재 대피소에서 하루 묵엇다가 남덕유로 가는 여자분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에게 인증샷 부탁했다. 이런 모습도 괞찮아 보인다.
회나무 열매인가? 이 붉은 열매에서 산속 가을이 깊어짐을 느낄 수가 있다.
참빗살나무 열매
삿갓재 대피소
예정된 시간보다 한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하다.
식수 보충을 하기 위해서 대피소에서 황점 마을쪽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병아리 오줌 만큼의 졸졸거리는 물을 받기 위해 20여분간의 기다림 끝에 겨우 물을 채우고 올라가는 계단길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힘들게 느껴진다. 허벅지에서 심한 통증이 오고 있다.
삿갓재를 출발하면서 뒤돌아본 삿갓봉
대피소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무거워진 다리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무룡산으로 출발!
건너편 거창쪽 기백산자락은 아직 희뿌연 안개 잔해로 그 모습이 선명하질 않다.
쑥부쟁이 너머로 거창쪽 풍경
동남쪽이라 햇살이 강하게 비쳐서 희뿌옅기만
며느리밥풀꽃
아직도 덕유산 쪽은 안개에 휘감겨있다. 아마 점심 때쯤 되어야 안개가 걷힐 듯
구절초 무리들
구절초
오늘은 덕유산 구절초와 데이트하는 날
구절초와 어우러진 산오이풀
덕유산 등로에는 묘한 모습의 참나무들이 많다.
물봉선
요거이? 회나무 열매인가 보다
무룡산으로 가는 길은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흐드러져 아직 갈길 먼 나의 발길을 자꾸만 붙잡아 두려한다.
쑥부쟁이와 산오이풀
쑥부쟁이
무룡산 나무데크길 옆에도 구절초는 무리지어 있고
덕유산 자락에서 가을을 느끼게하는 풍경
무룡산 올라가는 그 길은 분명 천상의 꽃길이었다.
점점 무겁고 힘들어지는 발걸음에서도 이런 멋진 꽃 풍경에 그나마 향적봉까지 올라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아픈 허벅지에
가을 꽃들이 응원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자꾸만 나의 발을 잡고 풍경에 취하게 만드는 풍경!
덕유산 자락에 피어난 구절초가 온통 나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지.
특별히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촌스럽지도 않은 그저 담백하고 깨끗해서 하얀 미소가 아름다와서 너무 맘에 드는 그녀!
아직도 남덕유쪽은 안개에 휩싸이고. 아침에 내려온 삿갓봉만이 안개에 희미하게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마침 이곳에서 쉬고 계시는 혼자 오신 산객에게 한 장 부탁
그 분도 나만큼 힘든가 보다 언제부터인지 계속 앞서가며 아주 느리게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무룡산 올라가는 나무 계단길 옆에는 흐드러진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지친 나에게 조금씩 위로가 되고 있었다.
점심 때가 다 되었건만 무거워진 어깨와 목으로 한손에 들고 다니던 카메라는 풀섶에 스치며 물기와 부딪치고
렌즈 한 구석에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물기로 사진이 안좋게 나왔다.
무룡산 가는 길 옆 구절초 무리들
누렇게 변해가고 있는 거친 이 평원에서도 유독 그녀들의 미모는 도드라 보이고
등뒤로는 따끈할 정도로 강렬한 태양빛이 내려오는 가운데도 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가을 바람 맞으며
올라가는 무룡산에는 벌써 가을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덕유산 중에서도 여름에 가장 화려하다는 무룡산 올라가는 길
나는 이곳이 이번에 처음이다. 그래서 더 흥분되고 설레이는 풍경
무룡산 정상에는 날개 달린 개미들이 정상석 주변을 엄청나게 괴롭히고 있었다.
인증샷만 하고 서둘러 이곳을 벗어난다.
무룡산에서 동업령가는 길은 그냥 숲길 이다.
이제는 나의 목적지 향적봉도 어느덧 시야에 확연히 들어오고 있었다.
이따금씩 등로 옆에는 산오이풀과 구절초 무리들이 피곤해지치고 무거워진 배낭무게에 짓눌린 어깨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그길을 걷는 내발의 무게는 조금식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치만 조금만 경사진 곳에서는 허벅지 통증이 심해지고 있다.
오늘의 덕유산은 내게 너무 힘든 여정인가보다.
너무도 평온하게 느껴지는 덕유산의 능선
맞다! 이길은 지난 번 걸었던 지리산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의 흙길이 지리산보다 더 편하게 느껴졌다.
용담의 종류인 과남풀
이꽃도 여기에는 너무 흔하게 널려 있다.
동업령까지 아직도 내게는 멀고 먼 길처럼 느껴지고
바위가 있는 곳에 소박하게 피어난 구절초를 찍는 핑계로 휴식을 취하고
뒤돌아보니 무룡산은 아직도 그자리에 버티면서 힘든 나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구절초!
그래도 고사목 한그루는 잠시 단조로웠던 이 길에 양념이 되고
어수리
이제는 저곳을 넘어 내려가면 동업령일게다. 근데 오름길만 나오면 여지없이 계속되는 허벅지 근육통
이제는 왼쪽 허벅지에 쥐도 날려고 하고...
남들 보건 말건 길옆 바위에 퍼져 앉아 배낭 속을 뒤지니 아침에 삿갓재 대피소에서 물대신 구입한 사이다 한캔이
아직 식지 않은채로 있다.
완전 사이다 맛이다.ㅎㅎ
사이다의 청량감도 잠시 또 다시 오름길에 허벅지에 진한 통증이 생기고 있었다.
무룡산에서 내려오는 길
점심때가 되니 가을 했살 치고는 아주 따끈한 햇살이 나의 목덜미를 뜨겁게 태우고 있었다.
어느덧 가까워진 향적봉!
힘들어도 저 봉우리를 보니 갈 길은 점점 뚜렸해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렇게 목적지를 향해 걷고 또 걷고
동업령
여름에는 이곳에서 칠연계곡으로 하산했었다. 그냥 쉬지않고 곧장 이 곳을 벗어난다.
이제 남은 근력을 다써가며 향적봉을 향해서
덕유산 구절초
이제 덕유산도 점점 가을이 짖게 내려가고 문득 살아온 세월이 참으로 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암봉쪽으로 가면서 바라본 향적봉의 모습
오늘은 구절초와 데이트하는 날
그들 중에는 꽃잎 색상이 핑크빛을 띄는 것도 있고 한뿌리에서 어떤건 흰색 어떤건 핑크
백암봉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남덕유와 서봉이 희미하게 엄청 멀리 보이고.
덕유산 자락 어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희뿌연 모습으로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남덕유산쪽
투구꽃
참나무에 자라는 이름모를 버섯
그리고 요것은 가다바리라고 하는 식용버섯
흰색의 투구꽃도 보인다.
투구꽃
뿌리가 아주 독성이 강한 독초라 사약의 원료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백암봉으로 올라오는 능선
백암봉에서 바라본 중봉과 향적봉
이제는 마지막 힘을 다해서 걷는다. 무거웟던 배낭 무게로 그만큼 체력소모가 극심했었나보다.
영각사에서 깜깜한 혼자 올라오다보니 잔뜩 긴장해서 초반에 속도를 내다 근육통이 왔다.
모산악회 후미에서 아픈 다리 질질 끌며 지나가는 산객보다도 걸음 속도가 쳐지고 있었다.
덕유산에 흔한 가을꽃 구절초가 지천으로 피어나난 모습을 보면서 걷는 중이다.
수리취
중봉가는 나무계단길 옆에도 여지없이 피어있는 구절초
백암봉에서 중봉가는 이곳을 천상의 화원길이라 부른다고 한다. 여름 푸르렀던 이곳도 어느덧 가을색으로 변했다.
정말로 멋진 덕유평전에도 가을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여름 노란 원추리의 화려함은 사라지고 차분하고 평온한 느낌이다.
덕유평전
눈 덮힌 겨울 풍경을 보고 싶다.
중봉 오름길에 바라본 남덕유쪽 풍경
중봉 오름길
잠시 계단 옆 돌위에 걸터앉아 12시간 이상 걸어서 불이 붙은 발바닥도 식힐겸 양말을 바꿔신고
마지막 체력을 비축해 본다.
중봉 풍경
죽어서 더 아름다운 주목
중봉에서 향적봉 가는 길은 주목과 고사목이 아름다운 구간이다.
이 나무를 보니 여름철 산행때 참 세련된 포즈를 해 주던 세분 미녀쌤 생각이 나네.
고사목 풍경
때론 산자가 죽은자를 부러워 한다는데 .... 어째든 비유야 잘못됐지만 맞는 애기인가 보다
중봉에서 향적봉 가는길에는 죽은 고사목이 살은 나무들보다 더 눈길이 많이 갈 수 밖에..
주목나무
고사목 풍경
아직도 피어있는 동자꽃
참 멋진 그 나무 그리고 생각나는 그 세련된 쌤들
그리고 그 나무의 뒷태도 여전히 아름답군
향적봉 휴게소에 도착하니 이미 구천동에서 대전으로 가는 버스시간도 지나고 막차만 남았다.
오히려 여유가 생긴다.
대피소 취사장 안에서 버너에 불을 피워 아주 늦은 점심을 들고나니 조금은 힘이 나는 것 같다.
마지막 100m 남았다.
그런데 향적봉까지의 100m는 꽤나 길게 느껴진다.
오후 시간의 향적봉 은 그다지 붐비지는 않는다.
한적한 정상에서 인증샷
향적봉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설천봉으로 향하다.
백련사로 내려가기에는 나의 다리가 버틸지도 모르겟지만 나는 오늘 이 구간을 종주하려 온게 아니다.
그냥 덕유산 능선의 가을 풍경을 보러 온 것이기에 미련없이 곤돌라 승강장으로 향한다.
상제루
겨울에 더 멋진 고사목
상제루
이곳에서 곤돌라타고 하산.
제대로 된 산행을 한지 한 달 만에 너무 무리하게 코스를 잡았나보다.
무거워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곤돌라에 올라타고 그리고 구천동가는 셔틀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눈커플이 감긴다.
구천동에서 대전 나가는 막차 시간이 한 시간이나 더 남은 시간 버스 정류장 매점 구석진 의자에 눕자마자 그냥 잠에 빠졌다.
매점 여주인이 깨워서 겨우 일어나 대전행 버스타고 ..
그 후에 인천행 고속버스에서 완전 잠에 빠져 버렸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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