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11년 7월 30일

산행지   : 강릉 괘방산

코    스 : 안인진-> 괘방산->정동진역-> 등명해수욕장

 

 

 오늘의 산행지 강릉 괘방산은  산자체는  보잘 것 없고  뜨거운 여름철 산행하기에는  땡볕에 노출되는 관계로

별로 가고 싶은 산은 아니지만 내게는  30년전 군시절 해안초소의 추억이 고스란이 담긴  바닷가이며 산이다.

 

여름휴가로 극심한 정체와 흐린날씨 속에 빗방울이 날리는  영동고속도로을 뚫고  오늘의 산행기점인 안인진 포구를 향하여 

거의 5시간 가까이  버스에 탑승한 일부 처음 오는 회원들의 차내 음주로 인한 알콜냄새를 참으며 짙은 운무와 빗방울속에 

오늘의 괘방산 산행을 시작한다.

 

 

 

 

 정동진 역 앞에서 북쪽을 바라본 모습- 군시절에는 역주변 석탄야적장에서 날린 석탄 가루들로 온통 검은 빛으로 음산한 분위기였는데..

 

 

 

오늘 괘방산 산행의 들머리인 안인진 포구의 모습

 

  30년전 안인진 포구는 수퍼와 회집을 겸한 곳 그리고 횟집과  민박집들이 모인   자그마한 동해안의 전형적인 포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포구남쪽 해안가는 비인가 해수욕장으로 낮에만 일시에 개방하는 그저 평범한 곳이었다.

 

 그 시절 일반하사 월급이 1만4천원인가 하던 때 가자미회  한접시가 3000원에 소주가 아마 오백원인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가끔씩 월급을 타면

회집에서 고참하사와 한잔하곤 했는데  그 회집 주인의 이미지가 요즘 잘나가는 가수 BMK 와 비슷했다고나 할까.. 통통하고 덩치도 제법있는

 그녀는 늘 군대건빵이 제일 맛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고참은 예고없이 근무조를 바꾸고 밤11시쯤 부식창고에서  비닐봉지에 뭔가를 잔뜩 안고 순찰을 나가고  다음날 아침에 약간은 헬쓱한

모습으로 들어오고 ..      덕분에 밤새도록  잠도 못자고 상황실에서 날밤 깐적도 있다. 

 

 

 

 등산로 초입 - 십몇년전 동해안을 침투한 잠수함때분에 등산로의 이름을 안보체험로로  명명했는가 보다.

 이 때까지만 무전기는 서로 수신이 잘되길래 아무 걱정없이 출발하는데..

 

 

 

 등산로 초입부터 빡센 나무계단길을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출발하는 회원들

 

 

 나무계단 중간에서 바라본 안인진 포구의 모습- 30년 전에 없던 방파제도 생겼다.

 

 그 당시의 안인진 포구는 새벽마다 가자미 낚시배가 포구로 들어온다.  그 다지 많지 않은 조그마한 동력선과 무동력배가 포구로 들어올 쯤

살아있는 생선은 회집으로 팔려가고 죽었지만 아직도 싱싱한 가자미는  한두릅에 800원이라른 헐값에 팔린다.

한두릅만 사면 초소인원들이 간단히 먹을 수 있고 그래도 돈이 없어 기웃거리면 몇마리 더 얹어 준다.

 충청도 촌놈 군대와서 회도 먹어보고...  아무튼 해안초소에서 회는 원없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먹고 얻어먹고  그리고 훔쳐서도 먹어보고....

 

 

 

 

 

 산행로 초반 계단길을 올라오며 처음 보이는 산행 이정표.

 

 

 

 괘방산 가는 길을  동해안의 거친 해풍을 맞아서일까  대부분 척박한 땅에서 낮은키로 등산객을 맞는다.

오늘 날씨가 운무에 안개비라서 그렇지 땡볕이라면 뚜껑이 열릴 것 같다.

 

 

 

 

 

 괘방산 정상은 방송중계 시설등으로 개방이 되어있지 않다.

가다보면 철조망으로 둘러쌓인곳이 괘방산 정상이다.

 

 

 

 삼우재 - 이곳에서 후미와 무전교신을 하지만 전혀 응답이 없다.  왜 안받을까  별일 없겠지 하고  일행을 오늘의 날머리인 정동진을 향해 출발

 

 

 

 

 당집

 

 

 당집 내부의 모습이 궁금해서 카메라를 터트리니 ...

 

 

 

 

 산행을 하며 보는 이정표의 표시가 완전 훼손된 상태다 - 누군가가 고의로 훼손한 것 같다.

남은거리와 방향을 잡는데 어려움이 있다.

 

 

 

 멋지게 자란 노간주 나무

 

 

  산행로는 소잔등같이 유순하며 거친 해풍으로 소나무들이 마치 분재같은 모습들이고..

 이제 하산길이다 싶으며  다시 오르막길이 등장하고  작은 고개를 몇개를 그렇게 비를 맞으며 정동진을 향해 걷는다.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자라는 소나무

 

 

 드디어 산행 4시간만에 날머리인 정동진역 근처로 하산

 

 

 정동진 역 앞의 모습- 마침 이 곳을 진입하는 열차로 건널목 건너는 것을 통제하고 이곳에서 사진 한장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정동진 역앞에서 오늘 산행을 동행한 회원들과

 

 산행도중 울리는 핸드폰을 받지 않고  그냥 걸었다. 정동진에 도착해서 울리는 전화 받아 보니 모두들 중간에서  등명해수욕장으로 하산해서

지금쯤 삼계탕 거의 다 비우고 이제 철수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이런 젠장 왜 무전을 안했는지 그리고 아무리 무전날려도 대답이 없는지

그제서야   답이 나온다. 여기는  아직도 군지역이다.   정동진을 둘러보지도 못하고 급하게 택시로 등명해수욕장으로 달려간다.

 

 

 

 정동진 역 앞에서 - 차량이 진입한다고 막는 역직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인증샷

 

 

 등명해수욕장 솔밭

 

 예전에 민가 4~5채에 조그만 마을이었는데..   초소근무 도중 배가 출출하면 가게집으로 달려가 라면먹던 생각이 나고 그 라면을 맛있게 끓여주신 아주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시는지.   그리고 말년시절  생일날 밤 선임하사에게 꼭지가 돌도록 얻어마신 술 덕분에 총과 실탄을 소나무에 걸어놓고 다음날 소대가

비상을 걸리게한 그 소나무는 얼마나 더 컸을까?    그저 일상의 분주함으로 잊어져간  30년전 군시절의 추억을 이 곳 등명해수욕장으로부터

더듬어 본다.

 

 

 

 

 등명해수욕장의 모습- 날씨도 쌀쌀하고  급경사로 수심도 깊은 곳에서 물속에 들어갈 엄두는 못내고

북쪽과 남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정동진 방향의 모습- 중간에 있던 해안초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이 해안가의 주인이 군인이 아닌 우리 민간인이라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선쿠르즈의 당겨본 모습(퍼온사진)

 

  누구에게나 군대생활 3년은 평생을 잊지 못하는 젊은 날의 추억이고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30년전  바다라고는 중학교때 수학여행후 몇 번의 경험도 없던 충청도 촌놈이 경험한 동해안  주문진으로부터  이 곳 정동진까지

평생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의미있는 괘방산 산행으로  마무리해본다.

 

2001년 아주짧은 여름휴가의 첫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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