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촉촉히 내렸던 날 계방산은 봄같이 포근했다.
설 지나고 첫번째 토요일은 겨울 산행의 명소 계방산이다.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된 가운데 강원도로 달리는 버스에서
바라본 산은 촉촉한 겨울비 덕분인지 눈은 완전히 사라지고 밋밋한 겨울산의 풍경이다
인천을 출발한 산악회 버스는 10시가 못된 시간에 안개자욱한 운두령에 도착하다.
산행한 날 : 2016년 2월 13일(토)
산 행 코 스 : 운두령 -> 정상-> 주목군락지-> 이승복 생가 -> 주차장
계방산 산행 들머리 운두령
44인승 버스의 맨 뒷자리는 4명 탈수 있게끔 되어 있어 조금은 안락함이 있는데 좀 오래된 이버스의 뒷자석은 창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여간 추운게 아니다. 덜덜 떨면서 도착한 운두령에는 다른 산악회 사람들과 함께 뒤섞여서
참 복잡하기만 하다. 그들이나 나나 산행일정 잘못잡기는 마찬가지 그나마 비가 안오니 다행이지
계방산은 오대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산이다
무었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이곳 운두령에는 국공직원 2명이 나와 있었다.
안개자욱한 계방산 능선길 어떤 곳은 논을 삶아 논 것 같이 발이 푹푹빠지는 곳도 있고
다행이 계방산은 비는 그치고 간간히 봄바람같이 포근한 바람도 불어오고 날씨가 조금씩 개이는 듯 아주 이따금 하늘색이
흰색으로 변하고 있을 때도 있었다.
계방산 올라가는 길은 계속해서 능선 숲길 그냥 조망도 별로이고 하니 그저 열심히 올라가는 일만
조금씩 개이고 아주 이따금씩 햇빛도 아주 잠깐 비추고 하다가 드디어 안개낀 건너편이 숲속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혹시 정상에서 다시 흐려질 것에 대비해서 보험용으로 몇장 찍는데 이거라도 안찍었다면 후회할 뻔 했다.
전망대 못미쳐서 드디어 계방산의 조망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아 정상에서 조망을 기대하니 매우 흥분될 수 밖에 없는데
그러나 오늘의 계방산은 이게 마지막 선물... 잠시후 그러니까 이사진 찍고 1분도 안되어 온통 안개 세상으로 덮혀 버렸다.
계방산 전망대
저 전망대에 올라가봐야 안개속 세상이니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할 수 없으니 올라갈 필요를 못 느낀다.
야광나무 풍경
요즘 공원이나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꽃이 하얗게 피어 밤에 보면 주위가 환해져서 이름 붙였다는 나무라고 한다.
이미 눈은 다 녹아버리고 잔설만 남아있는 계방산
오늘 이 산을 찾은 사람들은 겨울 계방산이 주는 선물을 전혀 받지 못하고 그냥 답답하게 올랐다가 내려갈 운명인가 보다
눈이 내렸으면 더할 나위없는 주목과 참나무의 가지는 그냥 앙상한 나무가지 그이상도 아님.
안개 자욱한 계방산길
그냥 앞으로 아무 느낌없이 걸어갈 뿐이다. 눈이 오거나 아님 하늘이 맑다면야 감동이겠지만 오늘은 그냥 걷자.
아직도 등로에는 잔설이 많이 남아있어 미끄럽지만 아이젠은 없어도 정상까지는 큰 문제없이 갈 수가 있다.
높은 곳에 위치한 나무들은 휘어지고 뚫리고 그 가운데 구멍 뚫린 나무 사이로 옆의 가지가 보인다.
얼마전 다녀간 블로그 이웃님의 계방산은 설악의 대청봉에 지난 주 다녀온 방태산하며 남쪽으로는 치악산 소백산까지
구비구비 펼쳐닌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산풍경이 펼쳐지곤 했는데...
이곳이 국립공원이라 하니 당연 취사는 불법이겠다. 그래서 배낭속에 라면 두봉은 그냥 꺼내지도 못하고
다른 회원들 싸가지고 온 간식거리로 잠시 허기진 배만 달래본다.
하산하면 겨울 송어가 붉은 속살을 부끄럽게 내보이며 기다리고 있다하니 ... 참자 ^^ 꼴깍 !
눈이 쌓였다면 정말로 멋질 것 같은 풍경인 곳이 곳곳에 보인다.
정상으로 가는 길 계방산의 안개는 앞서가는 산객의 머리를 그냥 땅만 보고 걷게끔 하는구나!
계방산 정상이다. 경치 감상이고 뭐고 간에 그냥 인증이나 하자구
계방산 1577m 남한에서 몇번째 안가는 오대산보다 높은 곳
정상에서 주차장으로 곧바로 내려가는 길로 하산하지 않고 주목나무 군락지로 향한다.
예정된 송어회 회식시간 때문에 곧장 하산해 달라는 산대장의 부탁에도 조금은 더 돌아가서 주목나무라도 볼려고 그냥 주목군락지로 갈 수 밖에..
곧장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은 매우 경사가 심한 내리막 길이라고 하니 좀 늦더라도 주목이라도 보고 가야지. 당연히!
주목나무 군락지로 가는 내리막길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잔설로 길이 미끄러우니 잠시 아이젠을 신는 여유가 필요한 시간이다.
주목군락지에서 야영장으로 하산하는 길목 커다란 나무밑에는 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몰려 있다,
겨울산 큰 주목나무 아래는 바람을 피할 수 있으니 점심을 먹기에는 아주 좋은 장소가 되겠다.
이 주목은 아직도 살아서 천년을 버틸려고 몸부림을 치겠지.
계방산의 주목에는 출입을 금하는 목책이 쳐져 있다. 그래서 주변에서 그냥 감상하는 게 이 주목에 대한 예의겠지
만약에 이 주목이 바람에 휘어지고 비틀어지고 했으면 아직도 살아있을텐데 바람과 맞서고 그 특유의 뻣뻣함을 유지하려고 하나보니
일찌감치 저 세상으로 가셨나 보다.
살아있는 멋진 주목
겨울 설산의 주목은 눈과 어울어져 한폭의 그림이 되는 나무라고 할까
휘어지고 구멍 뚤리고 벌레 먹어도 아직까지 그 잎이 푸른 주목
힘들게 모진 세월 버티고 버텨서 끝내 살아서 길이길이 살기를
숲속은 그들만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었나 보다. 생을 다하고 더 이상 버틸 기력도 없은 주목은 송장처럼 길게 누워버려 지나가는 누구에게도
외면받는 신세가 되고 있었다.
야영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어제 내린 비로 매우 미끄러웠고 때문에 아이젠을 했지만 발에는 잔뜩 힘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입춘이 지난 계방산의 계곡은 분명 봄을 알리고 있었다. 내린 비 때문인지 눈을 녹이며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아주 힘차게 졸졸 거리고 있었다.
물방울 맺은 싱그런 계방산
전나무 숲길을 밟는 기분이 매우 상쾌함을 느낄 수가 있는 하산길이다.
일행들과 떨어져 홀로 쭉쭉뻗은 나무숲길을 걷는 시간은 숲속의 상쾌함으로 괜히 기분 좋은 상상의 길이 되곤 한다.
무슨 나무 열매인지는 모르지만 그 열매에 맺힌 물방울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쭉쭉 뻗은 낙엽속 숲길을 혼자서 걷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지는 하산길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은 분명 봄바람이었다. 포근한 봄바람
자작나무 몸통에는 묘한(?) 모습이 보인다.
숲길을 내려오니 자동차 야영장이 보인다. 겨울이라 당연히 썰렁할 수 밖에 없은 풍경
이승복 생가
요즈음 아이들은 이승복이 누구인지 알겠지? 아니다 학교에서 안가르쳤다면 대부분은 모를테지
어릴쩍 무장공비한테 무참히 희생된 일가족 사건은 바로 다음 해에 교과서에 실렸었지.
주차장으로 가는 길 바라본 계방산쪽은 허리부터 흐린 안개에 휩싸여 있다.
길가 거울에서 오랫만에 유치한 인증샷을 날려봤다.
지나가는 겨울 끝자락에 찾은 계방산! 비록 비로 눈이 녹아서 그리고 안개 때문에 겨울산이 주는 어느 것도 누릴 수 없었지만
하산길에 만난 전나무와 낙엽송 숲길 그리고 물기 촉촉한 버들강아지가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포근한 산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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